내 이야기!/나를 알아가는 50가지 질문 9

질문 아홉,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고 싶나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돌멩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돌은 한 번 어디에 두면 그 모양 그대로 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세상에서 돌은 변치 않습니다.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돌이 주는 정직함이 좋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바위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듭니다.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지켜가고 싶어도 진리라고 믿었던 것을 부인해야 하는 순간도, 나 자신을 깎아내야 하는 순간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돌멩이가 되고 싶습니다. 바위와 모래 그 사이에 있는, 너무 단단해서 모든 걸 튕겨내진 않으면서 결코 쉽게 날아가지도 않는 돌멩이. 어떤 고난에도 기본적인 단단함이 있어 쉽게 부서지지 않는, 때론 긁히고 부딪혀 옆구리가 깎여나가기도 하는 그런 돌멩이 말입니다. 세상을 여행하며 누군..

질문 여덟, 내가 자주 쓰는 변명이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내가 실패했다는 걸 마주하기가 무서워서,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튀어나오는 나의 오래된 변명이다. 사실 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걸, 그래서 자책할 필요도 없다는걸. 이런 걸 보면 또 내가 생각보다 겁이 많구나 라는 걸 느낀다. 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잘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근데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못하면 '진짜 나'는 세상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다.  항상 뭐든 잘 한다는 칭찬과 기대 속에 살아온 아이는 조그만 실수에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왜냐하면 다 척척 해내는 멋진 모습만이 그 아이의 정체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투름은 있어서 안 되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 항상 실수할까..

질문 일곱, 내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1. 나는 절대 무인도에서 혼자 살 수 없다.제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꾸준히 느낀 것이지만,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저는 역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즐겁고 좋아요. 또 나를 계속 찾아와주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고요! 그런 제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간다 생각하면 정말 암담해요. 당장 나의 생존 이외에는 목적 없는 삶.. 성취도 보람도 소용돌이치는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 곳..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 너무 재미 없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만나는 게 윙윙대는 모기와 각종 파충류 뿐이라면 ..

질문 여섯, 나의 삶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저는 스포츠 경기를 보며 굉장히 다양한 감정을 느껴요. 형용할 수 없는 가슴 속 뜨거움, 경이로움, 뭉클한 감동까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운데요! 그 이면에는 스포츠가 가진 순수함, 정직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스포츠는 정직합니다. 땀 흘린 만큼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고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결국은 결실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군 실력만이 오직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나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목격하는 자체가 멋지고 대견하고 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전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뛰어난 실력으로도 주목받았지만, 그녀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저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안 되면 될 때까..

질문 다섯, 일주일 뒤 내가 죽는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 건가요?

아, 우선 너무너무 억울할 것 같습니다. 열심히 아등바등 하다가 가는 삶, 더 놀지 못해 후회하게 될까요? 근데 또 놀다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의 후회를 안고 살아가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네요. 삶이라는 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거라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은 언제나 마음이 시린 것이니.. 일주일간 스스로 마음 준비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 인사가 필요하겠죠. 제 안에는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항상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우선순위가 밀렸지만, 죽음이 문턱 앞으로 다가온 순간 앞으로의 미래는 더 이상 제게 중요하지 않겠죠. 지금 이 순간의 나만 존재할 뿐입니다. 저는 우선 첫 번째로, 가족과 함께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실행에 옮길 거예요. 내 존재..

질문 넷, 내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습관은 무엇이 있나요?

나는 노래를 흥얼거려요저는 사소한 무언가를 할 때부터, 어딘가를 간다거나 뭔가를 먹는 순간까지 항상 흥얼거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마냥 평범한 순간도 콧노래와 함께하면 즐거워지는 마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데요, 아무 노래나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새로 산 스니커즈를 신을 때면 걸그룹 ITZY의 SNEAKERS라던가, 청소한 방을 보여줄 땐 유명한 집 소개 BGM인 '따라라랏라~ 따라라라' 같이 잘 들여다보면 전부 연관이 있는 노래들입니다. ㅎㅎ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저에게서 사라지지 않을 습관 중 하나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나는 걷고 또 걸어요저는 생각이 많을 때 계속 어딘가를 걷습니다. 사실 생각이라는 게 한 공간에 혼자..

질문 셋, 내 삶이 한 편의 영화라면 그 제목의 작품은 무엇인가요?

칼라라는 꽃이 있습니다. 이 꽃은 결혼식과 장례식에 모두 사용되는 꽃이에요.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자 마지막에 모두 사용된다니,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결혼식은 홀로 살아가는 삶의 마지막이고, 이승에서의 마지막인 장례식은 다음 세상을 열어주는 시작의 예식이라고 할 수 있죠. 시작이 곧 끝이며, 끝은 곧 시작이다. 이 말을 참 좋아해요.삶을 살아가며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우리는 자책하고 후회하고, 또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새로운 무언가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 희망조차 시간이 지나 고통이 되기도 하죠. 그럼 또다시, 어떻게든 다른 무언가에서 희망의 끈을 붙잡습니다. 인생은 끝없는 끝의 반복인 것 같아요. 지겹고 반복되는 시..

질문 둘, 내 삶에 있어 가장 행복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행복한 순간이라는 게 참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잠깐 스쳐 가는 것, 누군가에게는 오래 머무는 것.. 너무 많은 저마다의 정의가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감정일까요 상태일까요 아니면 둘 다일까요? 음, 저는 둘 다 일치할 때가 행복한 찰나의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순간은 굉장히 치열하게 쟁취한, 귀한 것이기 때문일 거예요. 사실 행복한 삶이라는 게 항상 즐겁고 신나는 일만 가득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없기도 하고요. 우리는 어쩌면 평생을 아등바등 애쓰다 간다는 게 사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우리는 문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죠.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삶이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이 넘치게 많..